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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페라이어·에마르…'피아니스트 교과서' 줄줄이 내한
기사입력  2016/10/18 [21:56] 최종편집    뷰티뉴스

 

 

“한 편의 예술작품” “그보다 신뢰도 높은 연주는 아직 없었다” “당장 티켓을 예매하라, 프로그램이 미정일지라도”.

 

두 시간 남짓 짧은 연주지만 여운은 깊고 길다. ‘피아니스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피아니스트들이 줄줄이 한국무대를 찾는다. 학술적 탐구와 깊이 있는 해석, 완벽에 가까운 유연한 타건으로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롤모델로 꼽히는 ‘피아노 달인' 넷이다.

 

포문은 바흐 해석의 대가로 꼽히는 헝가리의 안드라스 시프(63)가 연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어 2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미국 출신의 머레이 페라이어(69)가 묵직한 레퍼토리를 들고 하루 차이로 연주를 펼친다. 다음 달 24일에는 프랑스의 피에르 로랑 에마르(59)가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대미는 중국의 랑랑(34)이 장식한다. 송파구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공연 일환으로 12월 8일 한국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바흐 스페셜리스트' 안드라스 시프

2008년 첫 내한 후 4번째 한국무대를 갖는 시프는 이번에 바흐 작품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국내서 바흐만으로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프는 레퍼토리에 한계가 없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곡을 연주하지만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그가 연주하는 바흐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원전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건반악기로 쳄발로를 통용하던 시대에 쓰인 바흐의 명곡을 연주하기 위해 시프는 쳄발로의 대가 조지 맬컴에게 타건법을 새로 배웠고 그 연주법을 피아노에 대입했다. 2007년 영국왕립음악원으로부터 바흐 작품의 최고 해석자에게 주는 ‘바흐상'을 받기도 한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세계음악계를 통틀어 안드라스 시프가 연주하는 바흐보다 더 신뢰도 높은 연주는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시프 자신도 “바흐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작곡가다. 평생 함께해 왔고, 매일 아침을 함께 시작한다”며 “바흐의 음악에 담긴 영혼은 모든 세대를 매혹한다. 나는 결코 학구적으로 연주하지 않는다. 감성적으로만 연주하려고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협주곡' ‘프랑스 서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려준다.

 

◇ 69세 머레이 페라이어가 꺼내든 ‘하머클라비어'

“머레이 페라이어의 연주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함을 느낀다. 페라이어처럼 귀하게 여겨지는 연주를 하고 싶다”(피아니스트 조성진).

페라이어가 2014년 영국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의 협연 이후 2년 만에 내한한다. 2011년 이후 5년 만의 독주회다. 1990년 오른쪽 엄지손가락 염증이 손가락뼈 변형으로 이어져 수차례 수술을 받고, 2004년 부상 재발로 내한 리사이틀이 무산된 적이 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 고전과 낭만을 아우른 꽉찬 프로그램 중 이번 공연의 백미는 베토벤의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다. 45분간 연주할 이 곡은 페라이어가 10년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피아노의 에베레스트'로 통하는 이 곡은 빠른 템포와 절정의 기교를 요구하며 혼잡한 구성으로 피아노 레퍼토리를 통틀어 난곡 중 난곡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페라이어의 프로그램에 대해 “기다린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고 했고, LA타임스도 “베토벤이 원했지만 피아니스트 대부분이 실현해내지 못한 그 속도로 연주했다. 대위법의 멜로디가 명징하다”고 평가했다.

 

◇ ‘신구 넘나드는 탐구자' 피에르 로랑 에마르

2012년 방한 뒤 두 번째 한국무대를 갖는 에마르는 ‘현대음악의 교과서'로 불린다. 10대부터 현대음악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12세에 ‘살아있는 음악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부인이자 파리음악원 교수인 이본 로리오 클래스에 들어간 그는 자연스럽게 메시앙의 음악을 ‘모국어처럼' 흡수했다. 16세에 메시앙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1976년에는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첫 피아노솔리스트로 18년간 활동했다.

 

2008년 바흐의 푸가기법으로 빌보드 클래식차트 정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고전음악에 정통할 뿐 아니라 그가 연주한 리게티의 ‘에튀드'(1997년 소니), 메시앙의 ‘아기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2000년 텔덱)은 현대음악의 ‘필청' 음반으로 꼽힌다. 이번 독주에서는 죄르지 쿠르타그와 메시앙의 현대음악 외에 쇼팽 ‘녹턴 1번' 등 낭만시대 대표곡도 선보인다.

 

◇젊은 거장 반열에 오른 랑랑

랑랑의 행보는 팝스타에 가깝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를 하고 이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선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위한 연주를 했다. 피아노제작사 스타인웨이는 2008년 어린이후원단체를 설립한 랑랑의 이름을 딴 5가지 어린이교육 버전의 ‘랑랑 스타인웨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포브스차이나에 따르면 2014년 랑랑은 연예인 못지않은 7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3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전형적인 신동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5세에 중국 선양지역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첫 리사이틀을 열었고 9세에 베이징 중앙음악학원에 입학했다. 13세에 차이콥스키 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4년 뒤 시카고심포니와 협연하며 세계적 스타가 됐다.

 

그의 연주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화려한 기교와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클래식계 아이돌을 넘어 젊은 거장 반열에 올라섰다는 호평이 늘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랑랑은 드뷔시의 ‘발라드', 리스트의 ‘피아노소나타', 알베니스의 ‘스페인 모음곡 1번', 마누엘 데 파야의 ‘불의 춤' 등을 연주한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2016/10/18 0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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