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어김없이 공고가 뜨는 ‘2024년 영광의 얼굴을 찾습니다’로 장애문인과 장애미술인들은 설렌다. 이 두 개의 상은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문학과 장애인미술 시상제도이다.
제7회 이원형어워드 수상작, 양희성 作 ‘나의 숲:봄’
구상솟대문학상은 원로시인 故 구상 선생님께서 기증하신 2억원의 이자 수익으로 상금을 마련하며, 이원형어워드 상금은 조각가 故 이원형 작가님 유족께서 매년 보내주시어 운영하는 뜻깊고 권위있는 장애예술인상이다.
구상솟대문학상은 상금 300만원과 개인시집 출간(도서출판 연인M&B 후원)이라는 부상이 있으며, 이원형어워드는 상금 200만원과 장애예술인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 이 두 개 상은 수상자를 단 1명만 선정하기에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
제34회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는 김묘재(본명 윤정희, 여, 61세) 시인이 선정됐다. 김 시인은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1급)를 갖고,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후 한국장애인의상연구소 디자인실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2016년 동화, 2022년 수필에도 입선했다. 김묘재 시인은 “장애는 세상을 새롭게 그려낼 수 있는 자산이다. 작고 서툰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다”며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이 닿을 수 있는 글이 되기까지 먼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하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데드라인(Deadline)’은 마감 시간을 뜻하는 용어로, 시인은 인생의 절박한 순간들을 유쾌하게 풀어놓았다. 심사위원장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이승하 교수는 “유머 감각, 즉 해학성은 김 시인이 가진 아주 특별한 재능이 아닌가 한다. 시적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좋고, 눙치고 어루만지고 띄우고 꿀밤을 먹이는 언어 조율 능력도 아주 우수하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제7회 이원형어워드 수상자 양희성(남, 29세) 화가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는데 그림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 2019년 대구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2021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9회를 비롯해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기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희재예술발전소라는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양희성 화가는 “새로운 작업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작품에 대한 제 마음을 알아주시고, 받아주신 것 같아 행복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원형어워드 수상작은 ‘나의 숲:봄’으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박현희 교수는 “양희성의 작품은 자연 본질에 대한 생명 에너지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고, 흰 자작나무의 세밀한 표현력과 함께 풍부한 녹색 배경을 통한 깊은 숲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내밀한 교감을 담아낸 심오한 메시지를 준다”고 자연과 인간의 교감에 대한 표현을 극찬했다.
2024년 제34회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
데드라인(Deadline) / 김묘재
고장난 나를 고쳐주세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손사래보다 먼저 설레발친 사고뭉치
엉킨 타래를 풀지 못해 굴러다니는 뭉태기를 엮지 못해
말로 쏜 화살, 글로 쓴 죄 돌고 돌아 택배상자에 꽂힙니다 키요틴이 배달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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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무리 무리 아무리 필사해도 피는 돌지 않습니다 사바 사바 분신 사바**
칼춤 추며 달려오는 망나니 아침 이슬로 사라지고 싶지 않아 깨진 유리구두를 꼭 쥐어보지만 맨몸만 넘을 수 있는 선
마무리가 무리 무리 죽음도 연습이 필요해 수수리 사바하
*1980,90년대 어린 여자 아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노래 **1980,90년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던 놀이의 일종. 초자연적인 존재를 불러 소원을 들어달라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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